해리성 기억상실
18세 남자가 경찰에 의해서 응급실로 실려왔다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다.
환자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던 것으로 보였으며, 체력소모가 심한 상태였다. 그는 현재 날짜를 실제는 10월 1일인데 9월 27일이라고 말했다. 특정한 질문에 집중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독려하여 여러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는 9월 25일 경에 친구들과 해변에서 항해를 떠났다가 악천후를 만났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이나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회상해내지 못했다. 여러번 그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여 다시 상기시켜 주어야 했다.
환자가 외견상 정상적인 신체조건을 지녔으므로 진정제를 투여 후 인터뷰를 한 결과, 사고 당시 내담자 및 친구 중 아무도 닥친 악천 후에 대처할 경험이나 능력이 없었다. 환자는 구명조끼와 노끈으로 자신의 몸을 배에 미리 묶어두었지만, 그의 친구들은 바다로 휩쓸려가고 말았다. 그는 단지 운이 좋아서 생명을 부지했다고 느꼈다. 그후 배에 저장된 소량의 비상식량으로 3일을 연명하였지만, 친구들은 다시 발견되지 못했다. 10월 1일, 해상경비대가 그를 구조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리성 기억상실의 진단 기준(DSM-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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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개인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1회 또는 그 이상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되거나 외상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상실되며, 그 정도가 일상적인 건망증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B. 장애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 해리성 둔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 신체화 장애의 경과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며, 물질(예: 남용약물이나 투약)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 의하거나, 신경학적 혹은 일반적 의학적 상태(예: 두부외상에 의한 기억상실증)에 의한 것이 아니다.
C.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혹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고통이나 장애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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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성 기억상실은 심인성 기억상실(psychogenic amnesia)이라고 불리던 장애로서 ICD-10과 DSM-Ⅳ에서 심인성이 해리성으로 바뀌었다. 이는 기억에 저장되어 있지만 개인에게 중요한 정보를 갑자기 회상하지 못하게 되는 장애이다. 단순한 건망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태이며, 뇌기능 장애로 인한 것도 아니다. 어떤 특정한 사건과 관련되어, 심적 자극을 준 부분을 선택적으로 혹은 사건 전체를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과거생활을 포함한 전생애나 그중 일정 기간에 대한 기억상실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은 남아 있다.
출처 : 도상금. 2000. 해리장애.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