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남성이었다. 그는 술을 안마시면 더 없이 자상하고 다정한 아빠였다.
직장생활도 성실하게 하는 편으로 아버지덕에 온 식구가 경제적인 면은 별 걱정없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술주정을 하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아들에게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불만 등을 거침없이 쏟아내곤 하는 것이었다. 그 불만은 아들에 대한 것도 아니고
특정한 주제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하는 것이었다.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것도 10년이 넘었으며,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큰아들에게 전화해서 술주정을 하는 것도 10년의 세월이 경과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아들이 상담센터에 아버지를 모시고 왔고....
그 아버지의 가슴속에는 억울함, 한이 가득차 있음을 상담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억울함, 한은 20대의 어느시절에 생긴 일로 인해서였다.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쳤는데 그 보상금을 할아버지가 가져가셔서 다 탕진해버린 것이었다. 그때 당시 돈으로 약 3천만원.
그 아버지는 20대 이후 계속 생계가 어려웠고,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10년전에 호프집을 운영하면서 지인들과 한잔 두잔 마신 술이 습관이 되었고...
술을 마시면 20대에 할아버지가 탕진해버린 보상금 3천만원이 생각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이 커져가기만 했던 것이었다.
현재는 경제적으로 살만한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억울함, 한을 품고 있다가 술을 마시면 술주정의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약 10여회 전후의 최면을 포함한 심리상담으로 그 아버지는 술 주정을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술냄새까지도 싫어하는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때로는 상담이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확인하게 된 사례이다.